궁중 문화 연구원 (2006 ~ 2023)
제목 : 세계기록문화유산 팔만대장경, 의궤 등재
이름 : 심승구
등록일 : 2007-06-15 22:32:37

우리나라 세계유산 중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을 세계유산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해인사의 팔만대장경(고려 대장경판)은 불교 경전이 한자로 새겨져 있는 세계 유일의 목판본으로, 그 내용이 광범위하고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고유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며 한자 권에서 불교가 지속적으로 포교될 수 있도록 기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유산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해인사의 세계유산은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던 건물 즉 수다라장과 법보전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었던 사람은 드물 것이다. 
물론 이토록 중요한 고려 대장경판을 천년이 넘게 안전하게 보관되도록 지어진 건물이니 당연히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야 하겠지만 해인사의 대장경판전(수다라장과 법보전)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때에는 유형(건물, 유적)의 유산들이 우선되었던 시기였다. 

유네스코는 이러한 오류를 인정하고 1995년에는 “세계의 기록유산 (Memory of the World)”  
제도를 신설하게 된다. 목적은 세계적 가치가 있는 귀중한 기록유산을 가장 적절한 기술을 통해 보존하고 전 세계적인 인식과 보존의 필요성을 증진하고 신기술의 응용을 통해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기록유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세계기록유산의 개념은 단독 기록일 수도 있으며 기록의 모음(holding or archival fonds)도 될 수 있다. 기록은 두 가지 측면에서 내용을 갖는데, 바로 기록이 담고 있는 정보와 그 기록을 전하는 매개물로써 필사본(manuscripts), 도서, 신문, 포스터 등 기록이 담긴 자료(textual materials). 기록은 잉크, 연필, 물감 등이다. 기록이 남아 있는 재료는 플라스틱, 파피루스 종이(papyrus), 양피지(parchment), 야자 잎, 나무껍질(bark), 섬유(비단), 돌 또는 기타 재료가 될 수 있다. 
등록기준은 한 국가를 초월하여 세계사와 세계문화에 중요한 영향을 준 자료, 시기를 특별한 방법으로 반영하는 자료, 세계사 또는 세계문화 발전에 기여한 지역, 인물, 주제에 대한 정보를 지닌 자료, 하나의 민족문화를 초월하는 뛰어난 사회적·문화적 또는 정신적 가치를 가지는 자료면 등재가 가능하다. 
현재 59개국 120건이며 오스트리아와 독일 9건으로 최다보유국이며 우리나라는 1997년 훈민정음(국보 제70호), 조선왕조실록(국보 제151호), 2001년 승정원일기(국보 제303호), 직지심체요절 등 4건이다. 그런데 세계의 기록유산 등재의 특징은 국가, 개인 및 단체도 자유롭게 등록신청이 가능하다. 

2007년 6월 15일 정말 반가운 소식이 알려졌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프레토리아에서 개최된 제 8차 세계기록유산 ( Memory of the World) 국제 자문위원회(2007.6.11~15)에서 한국이 등재 신청한 두 건의 기록유산(조선왕조 의궤, 해인사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에 대해 모두 최종 등재 권고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등재 권고는 유네스코 사무총장의 최종 승인을 거쳐 등재가 확정되며 큰 이변이 없는 한, 국제자문위원회(International Advisory Committee)의 권고대로 승인이 된다.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이라는 의미는 합천 해인사에 소장된 팔만대장경판과 동일한 장소에 보관된 모든 경판이라는 뜻이다. 고려왕조에서 두 번째로 만든 불교의 일체경(一體經.불교경전의 총합)이란 의미에서 고려재조대장경판(高麗再再彫大藏經板)이라고도 하는 팔만대장경판은 현존 세계 유일의 일체경 목판집인데 1천496종, 6천568권, 8만1천258장이다. 
또한 두 건물(수다라장과 법보전) 사이에 있는 'ㅁ'자 모양 작은 건물을 '사간전'이라고 한다. 팔만대장경을 제외한 다른 목판들이 소장된 곳이다. 
해인사라고 하면 흔히 팔만대장경판을 떠올리지만, 사간전에 소장된 5천점이 넘는 사간판이 있고, 이 중 54종 2천835장이 고려대장경과 같은 고려시대에 새긴 경판들이며 국보 제206호와 보물 734호로 '고려각판'은 지정되어있다. 이 중에는 고려 숙종 3년(1098)인 '화엄경'충정왕 원년(1349)에 간행된 '화엄경약신중'이 있는데 고려대장경보다 제작연대가 빠르다. 
재미있는 것은 암행어사로 유명한 박문수의 아버지와 삼촌의 문집도 포함돼 있다. 

이번에 새롭게 등재된 기록유산에는 미국 영화 ‘오즈의 마법사’, 프랑스의 바이외의 양탄자,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파르헤이트 투쟁 운동의 기록물 컬렉션 등도 포함되었다. 

조선왕조 의궤는 1차,2차 평가에서 유교적 행동규범과 의례를 보여주는 우수한 사례이지만 의례들이 한. 중. 일 유교문화권에서만 실행되었고, 당시의 외교 의전은 조공체계가 있는 아시아 국가에 한정되어 적용되었다는 점을 들어 세계기록유산이 아닌, 아시아 태평양지역목록으로 등재할 것을 권고된 바 있다. 그러나 본회의에서 자문위원들은 “유교적 가치”가 세계적으로 현재까지 과소평가되었고, 유교문화권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대표적인 기록물인 점 등에 대한 가치를 재평가하여, 열띤 토론 끝에 등재를 결정하였다. 

이번 결정으로 인해, 조선왕조 의궤와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의 중요성이 국내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긍정적으로 평가된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를 계기로 문화의 정체성을 세대 간 전승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하는 기록유산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이 모아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