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 문화 연구원 (2006 ~ 2023)
제목 : 졸속 국책개발 문화재 회손 우려
이름 : 심승구
등록일 : 2007-07-07 22:57:12

고고학계 “졸속 국책개발, 문화재 잡는다” 
정부, 지표조사 범위 10만㎡로 완화 추진에 
문화재委 매장분과 “철회 안하면 전원 사퇴” 

행정도시와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의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현 정부가 문화재 발굴조사 의무규정을 대폭 완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고고학계는 “문화유산 파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본지가 6일 단독 입수한 청와대와 기획예산처, 문화재청 등의 문건 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3만㎡ 이상을 개발할 때 반드시 지표조사를 하도록 돼 있던 것을 10만㎡ 이상으로 완화하고, 1만㎡ 이하 발굴 허가권은 시·도지사에게 위임하는 등 발굴과 관련한 15개 사항의 개선안을 추진 중이다. 

개선안은 ‘지표조사 면적이 2005년 1억2200만평에서 2006년 1억8700만평으로 50% 이상 급증했지만, 조사 인력이 부족해 앞으로 매년 1000만평 이상은 발굴이 지연될 위기’에 처했다고 했다. 개선안은 따라서 ▲지리정보시스템(G.I.S)이 수년 내로 완성되면 반드시 지표조사를 해야 하는 면적을 10만㎡ 이상으로 완화하고 ▲문화재청 산하기관인 한국문화재보호재단에 공공사업발굴단을 신설해 국책 개발사업을 전문적으로 맡기자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문화재청의 한 관계자는 6일 “개선안의 핵심은 발굴량에 비해 고고학자들이 적으니 발굴을 적게 하는 쪽을 택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청와대 민원제도혁신비서관실에서 작성한 12쪽 분량의 자료(‘매장문화재 조사 제도개선방안보고’), 그리고 기획예산처 총사업비 관리팀이 만든 별도 자료에도 제도 개선의 추진 배경으로 “행정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 대규모 국책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도 문화재 조사 제도 개선 필요”라고 명시하고 있다. 

한국고고학회(회장 최병현)는 오는 12일 오전 11시 서울 시내에서 각 지역 고고학회장 등 대표단 모임을 갖고 ‘발굴조사제도개선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6일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정부와 청와대가 혁신도시나 기업도시, 행정도시 등을 단기간에 건설하려고 밀어붙이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비판했다. 정징원 문화재위원회 매장분과위원장은 “매장분과위원 12명 중 해외에 체류하거나 공무 중인 2명을 제외한 10명이 지난 5일 긴급 간담회를 가졌으며, 정부가 문제가 되는 조항을 계속 추진한다면 매장분과위원 전원이 사퇴도 불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2012년 완공-입주 예정인 16개 기업도시와 혁신도시 총면적은 모두 7200여만평인데, 지표조사 결과 이 중 약 15%인 1000만평 정도는 발굴을 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형준 기자 hjshi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