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 문화 연구원 (2006 ~ 2023)
제목 : 가야금 명인이 해설하는 '국악 음악회' 인기 폭발
이름 : 김주연
등록일 : 2008-01-29 11:39:21

황병기씨 진행 국립극장 '사랑방 음악회' 

"큰 가위로 고기 자르면 관광객들이 놀라죠? 

개나리 가지로 악기 활 만들었다해도 그래요" 

재미난 설명에 공연마다 유료관객 90% 넘어 

"한국 고깃집의 종업원이 큰 가위 들고 나와 손님들 앞에서 싹둑싹둑 고기를 자르면 일본 관광객들은 놀라죠. 마찬가지로 개나리 가지로 악기의 활을 만들었다고 해도 외국인들은 믿지 않아요."

바깥은 아직 영하의 강추위였지만 사랑방으로 꾸며진 공연장에는 가득한 관객만큼이나 훈기가 넘쳤다. 지난 24일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열린 '사랑방 음악회'에서 가야금 명인 황병기(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씨가 가야금 대신 마이크를 잡았다. 해설을 곁들인 국악 음악회의 진행자로 변신한 것이다.

이날 주제는 피리 2명, 대금 1명, 해금 1명, 장구 1명, 북 1명 등 한국 무용 반주 음악의 기본 편성을 뜻하는 '삼현육각(三絃六角)'이었다. 황씨는 아쟁의 활이 개나리 나무 껍질을 벗겨 만든 것이라며 "말총을 사용하지 않은 활은 아마도 세계에서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리 독주 '상령산'에 앞서, 황씨가 여성 연주자 최훈정씨를 가리키며 "피리는 한국 악기 가운데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악기다. 예전에는 남자만 불었지만, 요즘 여자들은 역기도 들고 트럭도 몰고 프로 레슬링까지 다한다"고 하자 74석의 소극장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서양 음악에 친숙한 관객을 위해서는 거꾸로 전통 음악을 서양 음악과 비교하면서 관객들의 이해를 도왔다. 해금과 아쟁은 각각 바이올린과 첼로에 견주었고, 느린 '진양조'로 시작해서 빠르게 몰아치는 '자진모리' 장단으로 끝나는 산조 형식은 서양의 소나타 형식과 비교하기도 했다. 대금 독주 '청성자진한입'에서 황씨는 "대금을 길게 빼다가 장식음을 내면서 마디를 지어주는 건, 사군자에서 대나무를 그릴 때 줄기를 길게 빼주다가 마디에서 잠시 멈춰주는 것 같은 아름다움이 있다. 고요한 달밤에 명상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사랑방 음악회'는 지난해 1월 '실내악의 밤'이라는 이름으로 첫선을 보였다. 지난해 공연은 세 차례뿐이었지만 국악 팬들이 홈페이지에 꾸준히 다음 공연을 요청하며 호응을 보이자, 올해는 7월을 제외하고 매달 한 번씩 11회로 공연을 대폭 늘렸다. 

'시즌 2'의 인기는 공연 시작 전부터 감지됐다. 이날 공연은 74석이 모두 매진돼 보조석에 앉아서 관람하는 관객도 있었다. 국립극장 공연기획팀 박미영씨는 "공연마다 유료 관객 비율이 90%를 넘어선다"고 자랑했다. 

아들·딸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주부 어문정씨는 "아이들에게 서양 관현악곡을 들려줄 기회는 많은데 상대적으로 국악을 들려줄 기회는 적어서 아쉬웠다. 인터넷으로 신청했는데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친구 5명과 함께 찾은 캐나다인 케빈 챔버스씨도 "7개월째 한국에 살면서 전통 음악을 접하고 싶어서 왔다. 해설은 알아들을 수 없지만 음악만으로도 훌륭하다"고 말했다. (02)2280-4115

[김성현 기자 danpa@chosun.com]
조선일보|기사입력 2008-01-28 02:56 |최종수정2008-01-28 0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