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덜도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휘영청 보름달이 유난히 밝아서 달[월=月]의 명절로 불리는 추석은 신라인들이 즐겼던 명절이다. 추석의 우리식 이름은 한가위, 가위, 가배嘉俳, 가배일이다. 그밖에 한자어로 중추仲秋, 또는 中秋, 중추절仲秋節, 중추가절仲秋佳節이라고도 한다. 이는 가을의 한가운데 달이며, 팔월의 한가운데 날이라는 뜻이다. 한가위를 맞이해 옛 사람들의 한가위 풍습과 현대인들에게 있어 한가위의 의미(정신적 풍요)에 대해 되새겨 본다.
농경문화의 소산인 추석은, 풍요다산을 상징하는 보름달처럼 활짝 영근 연중 으뜸 명절이다. “일년 삼백육십오일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은 추석의 풍요로움과 편안함을 말해주고 있다.
추석에 관한 최초의 우리 문헌기록은 『삼국사기』(AD. 1145) 신라 유리왕조에 나타난다. 유리왕 9년, 길쌈의 장려책으로 공주의 지휘 아래 여자들이 두 편으로 나뉘어 7월 16일부터 8월 보름까지 길쌈을 하여 승부를 가리고, 지는 편이 이긴 편에 음식을 대접하고 가무를 즐겼는데 이것이 곧 가위라는 기록이 있다. 또 7세기에 나온 중국의 역사서 『수서隨書』와 『당서唐書』 동이전 신라조에는, 8월 보름이면 왕은 풍류를 베풀고 관리들에게 활을 쏘게 하여 잘 쏜 자에게는 말이나 포목을 주어 남자들의 무예를 장려했다는 기록이 있다.
추석이 신라인의 큰 명절이었지만 이 시기부터 시작되었다고 서둘러서 판단할 수는 없다. 우선 『삼국사기』의 길쌈 기록을 보아 그 이전부터 있었던 세시명절로 추정할 수 있다. 길쌈은 이미 그 이전 시대부터 해왔기 때문이다. 8월 보름은 정월 대보름과 함께 천체현상과 관련된 만월滿月 명절이기 때문에 농경문화와 그 시원을 함께 했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그야 어떻든 추석은 신라시대에 이어 고려시대에도 큰 명절로 9대 명절의 하나였으며, 조선시대에는 4대 명절의 하나로 이 날은 온 백성의 축제일이었다.
달의 모양을 본뜬 송편
추석날에는 명절식인 송편을 빚어 조상에게 올려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한다. 추석 무렵이면 오곡백과가 무르익어 이제 수확을 기다릴 때다. 아직 벼 추수는 하지 못하지만 이른 벼는 거두어 올벼 송편을 만든다. “집집마다 새로 쪄내는 송편 향기, 적삼소매로 기어드는 가을 맛”이라고 누군가 시를 읊었듯이 가을 맛은 송편에서 오고 송편 맛은 솔내에서 온다. 송편이란 이름은 찔 때에 켜마다 솔잎을 깔기 때문에 붙여졌으며 이렇게 찌니 떡에서 솔잎 향기가 난다. 추석 때 햅쌀로 빚은 송편은 각별히 ‘오려송편’이라고 한다. 오려란 올벼를 뜻하는 말이다.
흐드러진 놀이판은 추석의 흥겨운 축제
흥겨운 놀이판은 추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축제다. 휘영청 밝은 달 아래에서 노는 강강술래(중요무형문화재 제8호)는 생산의 주체인 여자들의 집단놀이로 풍요를 상징한다. 유사한 놀이로 안동 놋다리밟기(경상북도무형문화재 제7호), 의성의 기와밟기, 영덕의 월월이청청 등이 있다. 이들 놀이는 둥글게 돌아가면서 노래 부르는 것 외에도 여러 놀이가 첨가된다. 원무圓舞는 보름달을 형상화한 것이다. 추석 무렵에 즐기는 씨름, 그리고 남녀 함께 하는 줄다리기는 전국적인 놀이였다.
경북 의성에서는 추석을 맞아 모처럼 글공부에서 해방된 서당의 학동들이 가마싸움을 즐겼다. 가마싸움에서 이긴 편은 과거시험에 붙는다 하여 싸움도 치열하다. 이와 유사한 안동의 동채싸움(차전놀이) 역시 추석의 놀이다. 경북 영양 등지에서는 모처럼 훈장님이 없는 사이 재판놀이인 원놀음으로 추석의 놀이판을 장식했다. 중부지방에서는 소놀이와 거북놀이를 즐겼다. 소놀이는 여러 사람들이 어울려 소모양으로 가장하여 마을을 돌며 노는 놀이이며 거북놀이는 소대신 거북으로 가장하여 노는 풍농기원의 추석놀이다. 조선후기부터 충청 경기 남부(한강 이남)와 충청도 일부지역에서 일반적으로 행해졌던 놀이다. 이천에서는 거의 모든 지역에서 거북놀이가 행해지는데, 1960년대를 전후한 근대화 과정에서 사라졌다가, 이천시 대월면을 중심으로 1970년대부터 재연되기 시작했다. 거북놀이는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로 행해지며, 마을의 안녕과 풍년기원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오늘날 명절의 큰 의미는 만남의 자리를 갖는 것이다. 가족과 친척을 만나고 조상을 만나며, 고향의 땅과 아직도 고향을 지키는 친지를 만난다. 모처럼 만난 사람들이 둘러앉아 송편을 먹으며 잠시나마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 같은’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글_ 김명자 안동대 민속학과 교수
게시일 2008-09-03 11:19: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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