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으로 도약하는 조선왕릉
"보존양호" 조선왕릉 9번째 세계유산 등재 "확실"
13일 알려진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등재권고' 판정으로 '조선왕릉' 40기(基)의 세계유산 등재가 사실상 확정됐다.
오는 6월 중순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리는 제33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최종 결정이 남아 있지만, 이는 요식적인 승인 절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로써 종묘(1995)와 창덕궁(1997) 등 조선왕조 관련 문화유산 상당수가 '세계유산'이라는 '명패'를 달게 됐다.
◇왕릉에서 세계유산으로 '도약' = '조선왕릉'은 519년간 유지된 조선의 27대 왕과 왕비 및 사후 추존된 왕과 왕비의 무덤을 말한다.
왕족의 무덤은 모두 119기에 이른다. 이 중 27대 왕과 왕비, 사후에 추숭된 왕과 왕비의 능(陵)이 42기이고, 왕세자와 왕세자비 또는 왕의 사친(私親) 무덤인 원(園)이 13기이며, 그 밖의 왕족의 무덤인 묘(墓)가
64기이다.
왕릉 42기 중 태조 원비인 신의왕후의 무덤인 제릉과 정종과 정안왕후의 무덤인 후릉은 북한에 있어 문화재청은 남한에 있는 40기의 왕릉만 작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신청했다.
심사과정에서 한 왕조의 무덤 전체가 온전하게 보존된 점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는 점, 현재까지도 제례의식 등 무형의 유산을 통해 역사적인 전통이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는 점이 '등재권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유교적, 풍수적 전통을 기반으로 한 독특한 건축과 조경양식은 물론 조선왕릉 전체가 통합적으로 보존관리 되고 있다는 점도 실사에서 좋은 점수를 얻는데 영향을 줬다고 문화재청은 밝혔다.
◇조선왕조 유산 상당수가 세계유산 = 조선왕릉의 세계유산 등재가 결정되면 종묘와 창덕궁에 이어 또 하나의 조선왕조 유산이 세계유산으로 인정받게 된다.
이는 조선왕조의 문화적 우수성과 독창성을 세계가 널리 인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실제로 이번에 전 세계에서 등재 신청을 한 문화유산 29건 중 신규로 '등재권고'된 것은 조선왕릉을 포함해 10건(34%)에 불과할 정도로 심사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그렇다면, 조선왕조 유산이 세계적 문화유산 전문가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원인은 무엇일까.
문화재위원을 지낸 왕릉 전문가인 정재훈 한국전통문화학교 교수는 "조선의 왕릉은 신라와 고려의 영향을 받아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볼 수 없는 매우 독특한 구조를 가진 형태를 지니고 있어 세계유산으로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왕릉은 한국의 독자적인 문화, 중국의 성리학 이론, 그리고 국내의 자연경관을 적절하게 융합했으며 공간배치, 석물의 조형도 빼어난데다 보존상태가 양호해 세계유산에 등재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왕릉 조성이나 관리, 의례 방법 등을 담은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 의궤(儀軌), 능지(陵誌) 등 고문서가 풍부하다는 점도 심사에 좋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김 교수는 곁들였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란 = 세계유산은 세계유산협약에 따라 유네스코가 1972년부터 인류 전체를 위해 보호해야 할 현저한 보편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한 유산을 말한다. 유형에 따라 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으로 나뉜다.
문화유산은 유적, 건축물, 장소로 구성되는데, 대체로 세계문명의 발자취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유적지나 사찰, 궁전, 주거지 등이 포함되며 자연유산은 무기적, 생물학적 생성물로 이뤄진 자연의 형태, 지질학적 형태,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서식지 등을 대상으로 한다. 복합유산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특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유산을 말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매년 6월 전체회의를 열어 여러 국가가 신청한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중에서 세계유산을 선정한다.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면 세계유산기금(World Heritage Fund)으로부터 기술적.재정적 원조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세계유산은 그 민족의 역사와 문화 속에 인류 공영의 문화상을 담고 있다는 국제적 인증이기 때문에 매우 영예스런 '명패'로 간주된다.
2008년 7월 현재까지 세계유산 등록건수는 141개국 878건에 이르며 이 가운데 문화유산은 679건, 자연유산은 174건, 복합유산은 25건이다. 이탈리아는 모두 43건이 등재돼 단일국가 최다 등재국이며 그 뒤를 중국(33건)이 따르고 있다.
◇국내 10번째 세계유산은? = 조선왕릉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한국의 세계유산은 모두 9건으로 늘어난다. 1995년에 '석굴암.불국사', '해인사장경판전'(海印寺藏經板殿), '종묘'가 최초로 세계유산에 등재됐고, 이어 1997년에는 '수원 화성'과 '창덕궁'이 세계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경주 일대의 유적을 총괄하는 '경주역사유적지구'와 전라남북도와 강화도 일대를 중심으로 분포한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도 지난 2000년에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2007년에 세계유산이 됐다.
이 가운데 자연유산인 제주화산섬과 용암동굴을 제외한 나머지 7건의 세계유산은 문화유산으로 분류된다.
조선왕릉이 9번째 '세계유산'이 될 것으로 확실시되는 가운데 문화재청은 10번째 세계유산 등재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경주 양동마을(중요민속자료 제189호)과 안동 하회마을(중요민속자료 제122호)을 올 1월 말 세계유산으로 등재 신청했다.
문화재청 국제교류과의 김홍동 과장은 "우리 양반마을의 옛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고, 조선 양반문화의 독특한 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마을들을 세계유산으로 신청했다"고 말했다.
양동마을.하회마을의 세계유산 등재 여부는 내년 6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되며 이에 앞서 올 9월 ICOMOS의 실사가 예정돼 있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