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대한항공, 옛 美대사관숙소에 전통문화관광타운 조성
이름 : 관리자
등록일 : 2009-07-07 22:54:57
대한항공, 옛 美대사관숙소에 전통문화관광타운 조성
지난해 6월 삼성생명으로부터 서울 경복궁 앞 옛 미(美)대사관 숙소를 2900억원에 사들인 대한항공이 이 부지에 ‘전통문화 관광타운’(가칭)을 조성한다. 대한항공은 미 대사관 숙소부지가 서울 도심의 유서깊은 역사문화지구에 위치한 점을 감안해 문화공간을 갖춘 ‘전통문화 관광타운’으로 꾸밀 계획이라고 밝혔다.
행정구역상으론 서울 종로구 송현동 49번지, 한국일보 건너편의 이 땅은 연면적 3만6642㎡(1만1100평)에 달하는 도심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조성될 인근의 기무사 터(2만7354㎡ 8289평)보다 한결 넓다.
수십년째 높은 담장에 둘러싸여 오가는 시민에게 답답함을 줬던 이 부지는 삼성이 지난 2002년 초 현대미술관을 건립하기 위해 미 대사관에 1400억원을 주고 매입했던 곳. 당시만 해도 삼성의 현대미술관 건립이 확실시됐으나 삼성은 용산구 한남동으로 방향을 틀어 ‘리움’을 세웠다.
그리곤 지난해 대한항공에 이 부지를 매각한 것.
하지만 이 땅은 바로 건너편이 조선의 정궁인 경복궁이고, 인근에 광화문 국가상징거리, 각종 박물관과 미술관, 인사동 전통문화거리가 면해 있어 일반 상업시설을 짓기에는 부적절한 곳이다. 또 사적 지구여서 건물을 신축할 경우 높이도 16m(4~5층)를 넘길 수 없다. 따라서 대한항공이 과연 이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문화예술계는 주목해왔다.
최근 한 재야단체 관계자가 “대한항공이 송현동 부지에 명품 호텔을 짓는다며 아름드리 나무를 잘라버리고 있다. 게다가 주변 지역(청진동 중학동 등)은 모두 전면 발굴조사를 했는데, 지표조사로 끝내려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사실을 전혀 확인하지 않은, 추측성 지적”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올 2~3월 문화재 조사를 위해 문화재 조사 전문기구인 재단법인 한강문화재연구원을 통해 문화재 지표조사를 실시했고, 문화재가 잔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와 곧바로 발굴조사를 위한 절차를 문화재청과 종로구청을 통해 이미 밟았다”며 “문화재청의 발굴 허가가 떨어지는 대로 발굴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나무를 벌채한 것도 발굴조사를 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부지 활용계획은 “현재 여러 상황을 고려해 신중하게 활용방안을 수립 중이다. 주변의 문화재 및 박물관, 관광명소인 북촌 한옥마을, 인사동과 연계한 문화공간을 구축해 도심 문화예술 발전 및 관광 인프라 확충에 기여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밝혔다. 즉 문화예술계 오랜 숙원이었던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러시아 에르미타주박물관의 한국어 안내 서비스를 시행하는 등 문화메세나에 많은 신경을 써온 만큼 이번 사안도 전통적, 문화적 측면을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구체안이 확정되지 않아 개발계획을 발표할 단계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향후 발굴조사를 통해 어떤 문화재가 나오느냐에 따라 건물 신축이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간 문화계에선 이 부지에 영빈관에 준하는 저층 형태의 명품호텔이 들어서 외국 귀빈 등의 투숙을 독려할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했다.
어쨌거나 조선시대 상궁을 돕는 무수리들의 숙소(독신자 숙소)였던 이 경복궁 앞 부지는 철저한 발굴조사를 거쳐 도심 역사문화지구의 ‘관문’ 답게 인근 박물관및 궁궐, 한옥과 조화를 이루는 건물이 들어서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특히 높은 담벼락 때문에 국민과 오랜 기간 단절됐으니 뒤늦게라도 국민과 소통하고, 상생하는 친숙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인 공간이 건립되길 바라는 여론이 많다.
이영란 기자/yrlee@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