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일신라 말부터 고려 멸망까지 한눈에
이름 : 관리자
등록일 : 2009-07-30 07:03:21
통일신라 말부터 고려 멸망까지 한눈에
ㆍ개관 64년만에 첫 신설 국립중앙박물관 ‘고려실’
ㆍ김부식 글 추정 ‘인종시책’·불화
ㆍ최충헌 관련유물 등 759점 선봬
ㆍ시대별 ‘스토리텔링 전시’ 생동감
국립중앙박물관이 새롭게 마련한 고려실을 언론에 공개한 지난 24일 학예연구사(맨 왼쪽)가 고려시대 장군 부부가 시주한 동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창길기자
국립중앙박물관이 개관 64년(1946년 개관) 만에 처음으로 고려실을 신설했다. 독립된 전시실로 고려실이 마련되기는 국내 박물관을 통틀어 처음이다. 고려 개국기념일인 지난 25일부터 일반에게 공개되고 있는 고려실은 ‘후삼국 통일과 문벌귀족시대’ ‘대외관계, 무신정권과 고려의 정신문화’ ‘원의 간섭과 새로운 모색’ 등 3개 전시실로 구성됐다. 시대 흐름을 기반으로 한 ‘스토리텔링 전시기법’이 활용돼 고려의 성립부터 멸망까지를 차례대로 살필 수 있게 했다. 국가지정문화재 23건 31점(국보 5건, 보물 18건)을 비롯해 759점의 유물이 전시되고 있는데 통일신라 말 진성여왕 시대의 혼란상을 기록한 ‘오대산사 길상탑지’에서 시작해 고려말의
충신 김제·김주 형제의 글과 행적을 모은 <쌍절록>으로 마무리된다.
고려 1실에서는 고려 17대 왕 인종(1122~1146) 무덤에서 출토된 청동도장, 은수저, 청자 합, 청자 참외 모양 병 등의 유물들이 눈길을 끈다. “온전하게 남은 고려시대 왕의 유물로는 거의 유일하다”(서성호 학예연구사)는 설명이다. 이 가운데 인종의 시호와 생전의 업적 등을 길쭉한 막대 모양의 돌에 새긴 ‘인종시책’이 특이하다. 서 학예연구사는 “당대 최고 지식인이었던 김부식이 글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한 뒤 “각 돌의 옆면 위·아래에는 구멍이 하나씩 뚫려 있어 금실 같은 끈으로 연결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2실에서는 함경도 경원에 여진인들이 세운 ‘경원 여진문자비’(1156년 추정)가 처음으로 공개되고 있다. 사람 키만한 높이(179㎝)의 비석으로 현재까지 확인된 여진 문자 비석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다. 무신정권 최고권력자 최충헌(1149~1219)과 관련된 유물도 있다. ‘소자본 불정심관세음보살 대다라니경 합각본’은 최충헌과 두 아들 최우·최향을 위해 만든 휴대용 불경과 경갑이다. 손에 피를 묻혀가면서 권력을 유지했던 최씨 집안이 자신들의 호신과 재난 예방을 위해 만든 불경을 금을 입힌 경갑(가로 3.5㎝, 세로 5.3㎝)에 넣어 끈으로 매어 차고 다녔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나란히 전시되고 있는 국보 181호 ‘장양수 급제첩’(1205년)은 현존 과거 관련 문서 가운데 가장 오래됐다. 맨 뒤에 써있는 재신(宰臣)들 이름에서 ‘판병부어사대사 최’가 바로 최충헌이다.
고려인의 내세관이나 우주관 등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는 유물들도 주요 볼거리다. ‘사신문 석관’은 청룡·백호·주작·현무 등 사신(四神) 문양이 측면에 양각으로 새겨져 있는 빼어난 유물이다. 석관 뚜껑 바깥에는 비천과 꽃을, 안쪽에는 카시오페이아와 북두칠성이 새겨져 있다. 두 손에 선도(仙桃)를 받쳐든 인물 모양의 주전자인 ‘청자 도석인물형 주자’(국보 167호), 도교 제사에 사용하던 제기인 ‘청자 십일요전배명 접자’ 등은 고려시대 유행했던 도교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서 학예연구사는 “고려인의 정신 세계에는 불교나 유교뿐만 아니라 도교와 민간신앙, 그리고 풍수지리 관념 등이 서로 어우러지며 조화 속에 공존했다”고 밝혔다.
고려 3실은 원 간섭기의 고려와 금속활자, 성리학의 도입, 개혁군주 공민왕 등의 주제로 이뤄졌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왜구를 크게 물리친 것을 기념해 세운 ‘황산대첩비명 탁본’(1577년)이 최초로 공개됐다. 높이가 2m80에 이른다.
고려실에는 이밖에 국내에 10여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고려 불화 가운데 ‘수월관음도’와 ‘지장시왕도’가 선보이고 있다. 개성의 고려 궁성 만월대와 고려시대 무역항인 벽란도를 디지털로 복원하는 등 영상 자료도 곳곳에 배치됐다.
한편 고려실 신설에 맞춰 통일신라·발해실도 확대·개편됐다. 특히 발해실에는 러시아 연해주에서 출토된 발해 유물 10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장은 “11월에 고조선실과 삼한실을 개편하고 내년 8월5일에 조선실을 완성하면 박물관 1층에서 우리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우기자 jw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