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박물관을 국민 놀이터로 바꾸겠다"
이름 : 관리자
등록일 : 2009-09-08 04:38:47
"박물관을 국민 놀이터로 바꾸겠다"
`한국 박물관 100주년 행사` 지휘 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장
"대개 `박물관` 하면 `유물 창고` 같은 고리타분한 이미지만 떠올리잖아요. 하지만 저는 이곳을 대한민국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문화콘텐츠의 보물창고라고 생각해요."
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장(56)은 요즘 매우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코앞으로 다가온 `한국 박물관 100주년`(11월 1일)을 맞아 국가대표 박물관의 수장으로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4일 만난 최 관장은 " `100주년 기념 전시`에 기념행사, 국제포럼 등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밝혔다.
이달 28일부터 시작하는 한국박물관 100년사 특별전 `우리 문화와 함께한 100년`에는 `몽유도원도` `수월관음도` 등 외국에 있는 우리 문화재와 `천마도` 등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중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문화재 등 명실공히 한국 최고의 유물들이 전시될 계획이다.
1909년 문을
연 `창경궁 제실박물관`을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박물관으로 보니 한국 박물관의 역사는 100년에 달한다. 아시아에선 일본 다음으로 긴 역사다. 그만큼 오랜 시간 우리 박물관이 국민과 함께 호흡하며, 발전을 거듭해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 관장은 "외국 유명 박물관과 비교하면 아직 부족한 것이 많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한번 박물관에 갔다오면 그만이라고 생각해요. `그 밥에 그 나물`처럼 별로 볼 만한 게 없다고 보기 때문이죠. 계속 새로운 전시를 보여주면서 관람객을 끌려는 박물관의 노력이 부족했던 것도 원인으로 볼 수 있어요."
때문에 지난해 3월 관장으로 취임할 때 밝힌 그의 첫 포부는 "박물관을 국민이 즐길 수 있는 놀이터로 만들겠다"였다. 실제로 국립중앙박물관은 최 관장이 온 이후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기획전ㆍ테마전 등 다양한 전시는 물론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 전시와 관련한 뮤지컬ㆍ연극ㆍ음악 공연, 영화 상영 등이 계속되면서 항상 떠들썩하다.
최 관장은 다음 목표로 박물관에 있는 콘텐츠를 다른 분야에 활용하도록 만드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국가 브랜드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 시대에 그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밑바탕이 박물관에 널려 있다는 얘기다. 그는 "프랑스나 이탈리아 핀란드 등 디자인 선진국의 브랜드 가치가 높은 이유는 그 속에 자신들만의 전통을 잘 녹였기 때문"이라며 "우리도 박물관에 있는 자료를 이용해 한국 고유의 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이 개최한 패션쇼나 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열고 있는 `창조적 경영지도자 강좌`도 이 같은 맥락에서 시작한 일이다.
"박물관에 있는 전시품들은 모두 아이디어의 원천이에요. 우리나라 아파트에 특색이 없다고들 하는데 지붕에 한국 고유의 청자기와를 얹으면 강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지 않을까요. 그 위에서 `문화`를 무기로 21세기 세계 경쟁에서 앞서는 바탕도 다질 수 있다고 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유물 기증ㆍ기부운동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박물관 2층에 문화유산 기증자 및 후원금 기부자들의 명패를 모은 `명예의 전당`을 조성했고, 기념 행사도 열었다. 최 관장은 "미국 등 외국에선 유물 기증ㆍ기부가 활발한데 우리나라는 많이 뒤처져 있다"며 "앞으로 유물 기증에 대한 소득공제 등을 추진해 기증ㆍ기부자들에 대한 예우를 확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최 관장은 1945년 광복과 함께 시작한 우리나라 국립박물관 역사상 첫 역사학자 출신 수장이다. 중국의 `동북공정` 논란 때는 고구려 역사 왜곡 시정운동의 최전선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학자이면서 박물관 행정가로 두 길을 동시에 걸어온 셈이다.
그렇다면 박물관장이 아닌 `학자 최광식` 개인으로서의 목표는 무엇일까. 최 관장은 이 질문에 대해 "박물관에 사람들이 와서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가이드북을 만들고 싶다"고 답했다. 박물관에서 살아 숨쉬는 우리 역사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문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싶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손동우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