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위엄-실용-기록’ 3박자 갖춘 궁중 회화
이름 : 관리자
등록일 : 2013-02-28 11:18:35
조선 왕조는 숙달된 전문 화원(畵員)를 조정에 두어 왕과 왕실의 권위와 존엄성을 표현하도록 했다. 화원에게 주어진 또 다른 임무는 왕실에서 실시하는 빈번한 행사와 주요 의례의 내용과 절차를 그림으로 기록하는 것이었다. 당대 최고의 화가들이 그려낸 궁중 회화는 왕조의 권위를 드러냄과 동시에 기록적이고 실용적 성격을 띤 것이었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이 발간한 ‘궁중서화Ⅰ’은 이런 그림을 한 데 모은 책자다. 책에는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궁중 장식용 회화, 궁중기록화, 근대 작가의 회화, 흥선대원군과 왕실 인물들이 그렸다고 전하는 회화, 서예 작품, 그리고 일본 회화 작품의 사진과 해설이 수록됐다.
전문 화원들이 정교한 필치로 그린 궁중 회화는 화려하고 강렬하면서도 왕실의 위엄을 돋보이게 하는 품격을 갖추고 있다. ‘일월오봉도’, ‘모란도’, ‘십장생도’가 대표적이다. 그 중에서도 보물 제1442호로 지정된 ‘일월반도도 병풍’은 3미터 이상의 높이로 보는 이를 압도하는 위엄을 자랑한다. 왕실 어른의 생일이나 왕세자의 쾌유 등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각종 행사도와 주요 의례의 내용과 절차를 보여 주는 회화들도 있다.
근대 회화는 조석진, 안중식, 김은호 등 근대 화단을 대표하는 서화가들의 작품이 상당수 실렸다. 화면에 표기된 ‘신(臣)’, ‘근화(謹畵·삼가 그리다)’, ‘경사(敬寫·공경히 그리다)’ 등의 표현은 화가들이 대한제국 황실을 위해 그렸음을 표현한 것이다. 이 그림들은 전통 궁중 회화와는 달리 화가 개인들의 화풍이 반영된 수묵화 또는 수묵채색화들로서 20세기 초를 전후해 궁중회화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 준다.
서예는 교훈적인 내용과 장수와 복을 기원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조선의 국가 이념인 유교의 가르침이 담긴 ‘서경’이나 ‘시경’과 같은 경전에서 취한 구절이나 성현의 말씀, 왕도정치의 이념을 담은 글이 많다.
일본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들도 소개됐다. 도쿠가와 막부에서 18세기에 조선 왕실에 선물한 그림들은 양국 간 문화 교류의 양상을 보여 주며, 현대 일본 박물관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을 만큼 일본 미술사 연구 자료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그간 ‘영친왕 일가 복식’(2010년), ‘명성황후 한글편지와 조선왕실의 시전지’(2010년), ‘조선왕실의 어보’(2010년), ‘정조어찰’(2011년), ‘조선왕실의 각석’ (2011년) 등 소장품 도록 시리즈를 발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