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 문화 연구원 (2006 ~ 2023)
제목 : 장서각 고 전적 조사 연구 결과 논평문
이름 : 심승구
등록일 : 2006-12-08 16:5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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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도 국학진흥사업결과 발표회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고 전적 조사ㆍ연구 결과 논평문

                                                  심승구 (한국궁중문화연구원 원장)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추진해 온 국학진흥사업은 올해로 14년째(1993년부터 2006년까지)를 맞이하면서 매년 새로운 자료 발굴과 연구 성과를 통해 꾸준히 성장해 오고 있다. 그동안 조선조 왕실에서 소장했던 장서각의 고도서와 귀중본 전적들을 대상으로 한 해제연구, 원본영인, 탈초 및 정서본, 색인집 발간 등 1차 자료의 가공과 출판을 통한 연구 자료의 보급은 조선시대의 해당 분야 연구 진전에 큰 도움을 주고 있을 뿐 아니라 한국학 연구영역의 지평을 확장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또한 정보화사업의 영역과의 상호 긴밀한 협력 체제 구축하여 원문 이미지가 제공됨으로써 그 대중적 접근성과 활용성을 크게 증진시키고 있다.  
올해 7월말에 끝난 2005년도 국학진흥사업에서는 왕실 도서의 영인 간행, 해제집 발간, 교주본 간행의 세 분야에 걸쳐 4종 11책을 출간하였다. 장서각 유일본 자료인 돈령보첩의 영인ㆍ해제ㆍ색인 5책, 일제시기의 장서각 왕실도서의 해제집 1책, 장서각 소장의 다섯 번째 탁본자료집 영인ㆍ원문입력ㆍ해제 1책, 낙선재본 고전소설총서에 해당하는 명행정의록의 영인ㆍ한글입력ㆍ교주ㆍ해제 4책이 그것이다. 중장기 계획아래 대상서목을 한국학자료총서ㆍ장서각 사부총서ㆍ장서각 왕실도서 해제ㆍ낙선재본 고전소설총서로 구분하고, 대상 자료의 성격에 따라 영인본ㆍ해제집ㆍ교주본으로 구분하면서 출간한 점은 단순한 영인본의 취약점을 보완하려는 연구원 나름의 기획의도가 돋보인다.    
이번 연구 결과물 가운데 주목되는 자료는 史部叢書의 첫 번째 사업 결과인 돈령보첩이다. 조선시대가 왕조국가이고, 그 왕조체제를 유지하고 지켜나가는 일차적인 핵심 인적 기반은 왕실의 구성원, 즉 국왕의 내외자손인 王親과 先王妃, 王妃, 世子嬪의 친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조선왕조가 國婚을 중시하고 정1품아문인 돈령부를 별도로 설치하여 왕실의 친인척을 특별히 우대하고 관리한 까닭은 바로 왕조국가 내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남달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동안 학계에서는 주로 선원록을 중심으로한 국왕의 친족에 대한 연구만 있었을 뿐, 왕실의 친인척에 대한 연구는 그리 활발하지 못하였다. 그 까닭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방대한 돈령보첩의 자료적 파악과 접근이 쉽지 않았던 점도 그 하나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장서각 유일 자료인 돈령보첩은 그 많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다른 장서각 자료와 달리 마이크로필름이 극히 일부분만 촬영되었을 뿐이고 원본자료도 쉽게 접하기 어려웠다. 그런 상황아래 이번에 출간한 돈녕보첩의 일차분에 해당하는‘대왕편’영인본의 간행과 색인은 이를 이용한 왕실 친인척 관련 분야의 연구를 본격적으로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두 번째 일제 강점기(1910~1944) 때 李王職에서 펴낸 왕실도서 188종을 해제하여 1책으로 간행하였다. 이 역시 대상 자료의 80%가 장서각 유일본 자료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실제로 편년류, 잡사류, 전기류, 조령ㆍ주의류, 직관류, 정서류 등으로 분류한 해제작업은 이왕가의 실록 및 관청일기, 인명관계 자료, 보첩, 관직제도, 전례관련 자료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이 해제 작업에 나타난 188종 가운데 상당수의 도서들은 그동안 학계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자료들로서, 조선말에서 일제강점기의 왕실 내지 국가운영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를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료적 가치가 매우 크다. 더구나 지금까지 일제 강점기아래 이왕실의 실체와 역할이 거의 밝혀지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볼 때, 이번에 출간한 왕실도서의 해제자료는 당시 이왕실의 위상과 역할이 어떤 형태로 유지되고 기능했는지를 객관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궁중비서류의 소개는 대한제국기의 정치외교사를 밝히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세 번째는 장서각 소장된 561점의 축장류 탁본 가운데 이번에 발간된 탁본자료집은 정조에서 고종에 이르는 피전인물과 관련된 탁본 중 축장본 55종 76점을 대상으로 하였다. 19점의 능비, 5점의 원비, 10점의 묘비와 신도비가 주를 이루고, 탄강비 태실비의 사적비의 성격의 탁본이 나머지를 차지한다. 그리고 어필로 된 18점의 궁중편액도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결과물은 지난 2004년부터 출간해 온 축장류 탁본자료집을 마무리하는 의미를 갖는다. 특히 장서각 탁본자료집은 약 90%가 유일본으로서, 무엇보다 장서각이 조선조 왕실자료의 보고라는 사실과 함께 장서각의 정체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다. 조선시대의 사료는 방대한 문헌자료가 남아 있으므로 아직 탁본 자료에 이르지는 못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문헌자료를 보완하는 자료의 가치를 지닌다. 또한 발표문에서도 지적된 바와 같이 금석문 연구를 비롯하여 문양 및 직조사, 서예사, 미술사, 의례, 문화재 보존학 분야에서의 귀중한 연구자료는 물론이고 다양한 왕실문화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네 번째는 장서각 소장 낙선재본 고전소설은 총 99종 2,215책이며, 조선시대의 왕실에서 전래되고 유통된 소설류로서 고전소설사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자료이다. 이 중 가문소설인 󰡔명행정의록󰡕 70권 70책 가운데, 1권에서 30권까지를 교주본 4책으로 간행하였다. 이미 발표문에서도 지적된 바와 같이, 올해에는 기존의 영인출판 방식과 달리 원문의 영인, 고어 형태의 원문입력, 한자 어휘 병기, 주요 어휘에 주석을 붙인 교주본의 형태로 간행하여 자료의 활용도를 높였다는 점에서 특징을 갖는다. 또한 타 기관에 소장된 이본조사와 심층 해제를 통해 자료의 성격을 보다 구체적으로 밝힌 점은 돋보이는 대목이다. 왕실에서 읽히고 전해진 낙선재본 고전소설은 국문학적인 연구에 활성화에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왕실문화 내지 궁중문화를 이해하는데 새로운 자극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왕실의 여가활동으로서의 독서문화를 새롭게 조명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문화사적 의미가 적지 않다.   
이상에서 살핀 바와 같이 올해 작업으로 추진된 연구결과는 그동안 다소 소홀히 다루어져왔던 왕실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활성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뿐 아니라  다시 한번 조선 왕실의 보고였던 장서각의 소장 자료가 갖는 위상과 비중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일련의 방대한 연구결과를 보면서 느낀 점을 몇 가지를 지적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대신할까 한다. 
첫째, 장서각 유일본 자료의 경우 複本의 발간 문제이다. 왕실자료 가운데 유일본을 비롯한 귀중한 전적과 문서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특성을 감안할 때 보급을 통한 연구 활용도 중요하지만, 천재지변과 같은 사태를 대비해서라도 유일본의 경우 복본을 통한 자료보존과 관리를 위한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둘째, 국학진흥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고전적 조사 연구 사업에 대한 총체적 점검이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이 사업이 중장기적인 연속사업으로 추진되고 있기는 하지만,다소 단발성적인 사업의 성격이 강하다. 지금이라도 향후 사업에 앞서 장서각의 소장자료 전체에 대한 종합적인 성격의 파악아래 장서각 자료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거시적인 계획아래에서 단계별로 진행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본다.   
셋째, 훌륭한 연구 성과에 대한 보다 종합적이고 효율적인 학술대회를 통해 연구 분위기를 진작시키는 세심한 노력도 아울러 당부드리고 싶다.     

 원고작성일 : 2006년 12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