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일본의 전통문화잡지
이름 : 심승구
등록일 : 2007-06-03 22: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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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풍경]부러움을 넘어 두려운 日전통문화잡지
이따금씩 일본의 미술 월간지 ‘게이주쓰신초(藝術新潮)’를 본다. 1950년에 창간된 이 잡지는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미술 잡지다.
며칠 전 2007년 1월호를 뒤늦게 펼쳐 보았다. ‘대만 고궁박물원의 비밀’이란 특집 기사가 실려 있었다. 3년간의 전면 개수 및 보수 작업을 마친 고궁박물원의 재개관(2월)을 앞두고 이 박물관의 모든 것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전체 170여 쪽의 거의 대부분이 대만 고궁박물원 기사였다. 고궁박물원의 역사와 소장 유물, 재개관 특별전 내용, 박물관 사람들, 주변 여행 및 음식 가이드까지 그야말로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상세하고 치밀했다. 확인해 보진 못했지만 대만에서조차 이렇게 방대하고 심층적인 특집 기사를 실은 잡지가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두 달 전 본보의 ‘책 읽는 대한민국’에서 ‘문화예술 답사기 30선’을 선정할 때였다.
국내에 출간된 답사기를 뒤져 보았지만 제대로 된 일본 문화예술 답사기는 찾을 수 없었다. 서양과 중국 것은 꽤 있었지만 일본의 경우는 대부분 단순 여행기였다. 일본은 우리와 교류가 많았고, 동시에 가장 뼈아픈 과거사를 맺고 있는 나라다. 그렇기에 우리는 일본을 더 잘 알아야 한다. 그런데도 일본의 문화예술을 답사하고 쓴 책이 없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의 시분도(至文堂)출판사는 1966년부터 지금까지 매월 하나씩 전통미술 분야의 테마를 정해 ‘일본의 미술’이란 책을 월간지처럼 내고 있다. 지금까지 발간된 책은 무려 492권. 이뿐만 아니라 ‘문화유산’ ‘일본유산’ ‘일본의 미를 찾아서’와 같은 계간지와 주간지 그리고 박물관, 미술관을 소개하는 격주간지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우리에겐 서점에서 사 볼 수 있는 전통미술이나 문화재 전문 교양잡지가 거의 없다. 일부에서 신경을 쓰고 있지만 부끄럽다는 말조차 꺼내기 어려운 현실이다. 그렇기에 자국 박물관도 아닌 대만 고궁박물원을 그토록 치밀하게 소개한 일본 월간지는 놀라움을 넘어 무서움으로 다가왔다.
1980년대 일본 NHK 방송은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인 ‘천지창조’의 보존처리 비용을 대주고 촬영권을 얻어 냈다. 그래서 NHK의 허가 없이는 천장화 사진 촬영은 불가능하다. 2005년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모나리자’를 위한 독립전시실을 만들 때도 600만 달러의 비용 전액을 일본 NTV 방송이 댔다. 알려지진 않았지만 여기에도 무언가 조건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혹, 머지않아 일본이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에 있는 우리의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 ‘직지심경’의 보존처리 비용을 대고 열람 및 촬영권을 독점하는 건 아닐까. 부질없는 상상으로 끝나길 기대해 보지만 전통문화 전문 잡지 하나 제대로 없는 우리 현실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