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참여정부의 문화정책이 도착한 지점
이름 : 관리자
등록일 : 2008-01-26 07:48:47
?>
2007년은 참여정부 문화정책이 마무리되는 해였다. 참여와 자율, 분권이라는 정책기조에 따라 추진된 문화정책은 참여정부의 여러 분야 정책 중에 비교적 정권의 개혁 성향에 잘 부합하며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정권 말기에 나타나기 시작한 참여정부의 피로감과 내재적 한계로부터 문화정책 역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문화적 가치의 복원과 사회적 창조력의 활성화를 근간으로 한 문화국가로의 이행은 최근 수년간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경제중심주의에 발목잡혀야 했다. 2007년 대선에서 각 후보 진영의 문화정책에 대한 투자가 미흡했던 것도 이런 사회 분위기의 연상선상에서 파악된다.
김종민 문화관광부 장관 취임 : 평창에서 여수까지
김종민 전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참여정부의 4번째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취임한 것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한 포석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창동, 김명곤 등 비교적 진보적 문화계 인사로 분류되는 인물들을 장관으로 등용하며 현장성 있는 문화예술정책의 구현을 표방했던 참여정부도 대형 스포츠 행사 유치를 통한 민심 수습이라는 유혹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김 장관이 문화부 관료 출신으로 정권 말기를 마무리할 관리형 인사라는 점도 장관 교체의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관광전문가 김종민 장관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이뤄내지는 못했고 연말 여수엑스포 유치를 자축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역대 정권과 마찬가지로 참여정부 역시 잦은 장관 교체로 일관성 있는 문화정책의 추진이라는 문화계의 숙원을 이뤄내지는 못했다.
남북사회문화협력추진위원회 구성 합의
2차 정상회담의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 개최된 ‘10·4선언 이행을 위한 제1차 남북총리회담 ’(11월 4일) 합의서 사회문화교류 분야 중 눈에 띄는 부분은 제4조에 명시된 남북사회문화협력추진위원회 구성이다. 장관급을 위원장으로 내년 초에 진행될 추진위원회는 그동안 민간 주도로 진행된 문화교류사업이 정부차원의 보다 안정적인 틀 속에서 진행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추진위원회는 정상회담에서 합의됐던 백두산·개성관광 및 베이징올림픽 남북공동 응원단의 경의선 열차 이용 등에 관한 구체적 실무협의 뿐만 아니라 ▲고구려·고려 등 역사유적 발굴 조사·보존을 위한 협력사업 확대 및 세계문화유산 등재 협력 ▲현재 추진 중인 겨레말큰사전 공동편찬사업의 효율적 지원 강화 ▲교과서 용지·문구류 지원 및 공동 문화행사 진행 등 분야별 구체적 협력사업을 명시하고 있어, 폭넓어질 문화교류 사업을 기대하게 한다.
그러나 외교·안보·통일정책에서 실용주의 노선을 채택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꾸려갈 차기 정부에서 정상회담 이후 합의사항이 어디로 갈 것인지는 예단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1.5기 예술위원회의 출범
‘원월드뮤직페스티발 사태’로 불거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갈등은 결국 위원장 사퇴라는 파국을 불러왔다. 민간위원회 구조를 통해 분야 전문가들을 활용하여 예술현장과 소통하는 새로운 지원모델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기획에도 불구하고 예술위의 삐걱거림은 설립초기부터 내재되어 있었다. 위원 선임이 소장르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통합적인 지원사업 설계보다는 장르별 나눠먹기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따랐고 위원회와 소위원회, 사무처의 역할과 유기적 업무 배분도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가 따랐다. ‘원월드 사태’의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할 수 있겠으나 분명한 것은 예술위의 합의도출 및 집행능력이 기대 이하였다는 점이었다. 몇 차례의 우여곡절 끝에 예술위 초창기를 이끌었던 김병익 위원장과 심재찬 사무처장은 물러났고 1기 위원으로 활동했던 김정헌 문화연대 공동대표가 신임위원장으로 취임했다. 김 신임위원장과 함께할 신임 사무처장으로는 사무처 직원 출신인 박명학 씨가 취임했다. 새롭게 출범한 1.5기 예술위가 예술지원예산의 고갈과 민간참여형 예술지원기구의 안착이라는 당면과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예술인복지, 정책담론으로 본격 등장
2007년은 그 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예술인 복지와 관련된 정책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해로 기억될만하다. 문화부는 예술인 정책과 관련한 태스크포스를 운영했고, 예술인공제회와 관련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민예총, 민주노동당, 공공노조 문화예술분과, 미술인노조, 영화산업노조, 애니메이션 노조 등은 예술노동자 복지와 관련한 연구모임을 진행했다. 특히, 영화산업노조는 제작가협회, 영진위와 함께 앵떼르미땅(단속적 노동에 대한 실업급여) 제도에 대한 논의를 상당부분 진전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모임은 문화부 연구용역을 진행한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함께 예술인복지 정책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문화관련 법제도 재개정 추진 좌초 위기
참여정부에서 야심차게 추진했던 문화정책 중 하나는 문화관련 법제도의 체계적 정비였다. 그간 한국의 문화관련 법률들은 ‘누더기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큼 전반적 체계성에서 문제를 안고 있었다. 1973년에 제정된 문화예술진흥법을 중심으로 한 법체계는 이후 시대적 요구에 따라 새로운 법안들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왔는데 기본법적 성격과 실행법적 성격이 섞여있는 기존의 문예진흥법 체계로는 문화계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정책적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이 주된 재개정 이유였다. 따라서 (가칭)‘문화기본법’과 (가칭)‘기초예술진흥법’으로 법을 분리하고 여타 문화관련 법률들을 그 체계 안에 재배치하는 방안이 참여정부 기간 내내 연구되었으나 국회에 입법발의도 되지 못한 채 참여정부의 마지막 임기를 넘겨버렸다. 지난 해 발의가 이루어졌던 ‘지역문화진흥법’ 역시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해를 넘기게 됐다.
문화다양성협약 비준 보류와 논란 점화
문화다양성협약은 2005년 유네스코 총회에서 채택되었고 이후 30개국 이상의 비준요건을 충족하여 국제법적 효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아직 한국은 이 협약의 효력이 미치지 못하는 국가다. 정부가 핵심조항들을 유보 또는 삭제한채 국회를 거치지 않은 비준을 준비해오다 브레이크가 걸렸기 때문이다. 2년간이나 협약의 비준을 미뤄오던 정부는 다른협약과의 관계, 분쟁해결절차 등을 담은 협약의 조항들을 유보하거나 삭제하려고 해 물의를 빚었다. 시민사회와 문화예술계의 반발로 문화다양성협약 비준은 유보된 채 정부 내부논의를 거치고 있는 중이다.
예술인회관 논란의 엉뚱한 결말
무수한 ‘말’만 남기고 해결이 안 된 것은 법 재개정 문제뿐이 아니었다. ‘오아시스 프로젝트’ 등 문화예술계의 숱한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목동 예술인회관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도 찾지 못한 채 엉뚱한 결과를 낳았다. 지난 11월 예술인회관이 건물은 제외한 채 토지만 법원 경매에 나온 것이다. 예술인회관은 지난 1996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공약으로 추진되어온 문화계의 대표적 국책사업이었으나 공사비 충당과 사업추진 주체인 한국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예총)의 경제자립을 이유로 전체 면적의 70%를 임대할 계획을 담고 있어 논란을 겪어 왔다. 그나마 예총 산하 단체들에게 할애된 공간을 제외하고 예술인들을 위한 공간은 10%에도 못 미쳐 사업의 당초 목표에 어긋나는 추진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참여정부 이후 이 사업을 본래 목적에 맞게 되돌려야 한다는 의견이 예술계 안팎에서 제기되었으나 법적 근거의 미비 등을 이유로 문화관광부는 예총에 대해 이 사업에 대한 국고지원 중단 이상의 조치를 취하지 못했고 최초 시공업체였던 쌍용건설은 35억원의 공사대금 미지급금을 받기 위해 경매를 신청하기에 이른 것이다. 예술인들의 활동을 진작시키는 공간을 지원하겠다는 ‘예술인회관’ 건립은 특정 단체의 이기주의와 행정기관의 관리감독 부실이라는 덫에 걸려 10년 이상 오리무중의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채 또다시 새로운 행정부에게 넘겨졌다.
‘문화적 접대’가 가능해지다
문화접대비는 기업의 접대비 지출 가운데 공연 입장권, 스포츠 관람 입장권, 음반 및 간행물 구입비 등에 대해 일정 한도 내에서 추가로 손비를 인정해주는 제도로 6월1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고 9월부터 시행됐다. 기업의 총 접대비 지출액 중 문화접대비 지출이 3%를 초과할 경우 접대비 한도액의 10%를 한도로 추가 손비를 인정해준다. 문화부는 문화접대비의 실행으로 최소 1,600억원에서 최대 5,000억원 이상의 문화예술 신규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공연예술계의 부익부 빈익빈을 시화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여전하고, 일부 공연장에서 협찬기업이 표를 싹쓸이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해 향후 보완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종합계획 확정 발표
참여정부 문화분야 최대 규모 국책사업인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의 종합계획이 시안 마련 1여년 만에 확정·발표되었다. 종합계획은 ‘세계를 향한 아시아 문화의 창-문화로 아시아와 함께 세계로’라는 비전을 가지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건립과 운영 ▲문화적 도시환경 조성 ▲예술진흥 및 문화·관광산업 육성 ▲문화도시 운영 인적자원 개발 및 확충 ▲문화교류도시로서 역량 및 위상강화 등의 역점 추진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2023년까지 광주를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번 계획은 2004년부터 5년마다 4단계로 진행되는데, 총 5조3천억 원이 투자될 예정으로 국비 2조8천억 원, 시비 8천억 원, 민자 1조7천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미키마우스 보호법’, 문화발전에 도움될까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개정 저작권법이 6월 29일부터 시행됐다. 정부가 P2P와 웹하드 등의 온라인 서비스에 대해 업체에 과태료 부과 방침을 통고하는 등 저작권 강화로 인해 저작권법이 문화발전의 기반이냐 장애물이냐는 논란이 다시 한번 거세게 불거졌다.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된 한 고교생의 자살사건이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한미 FTA의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였던 '저작권법 개정안'이 12월 1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어 저작권 강화 경향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저작권 보호기간을 사후 50년에서 70년으로 연장한 데 있다. 일명 ‘미키마우스 보호법’이라 불리는 이 법안으로 한국은 해마다 153억달러씩 손해를 보게 됐다.(2002년 세계은행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