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무형문화유산 제도의 빛과 그림자
이름 : 관리자
등록일 : 2008-12-28 08: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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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형문화유산 제도의 빛과 그림자
이름 : 황평우 Read: 552 Date: 2007.04.04
무형문화유산 제도의 빛과 그림자
황 평 우(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회 위원장)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인간문화재란 중요무형문화재의 예능종목인 음악, 무용, 연극, 놀이와 의식, 무예의 5종목과 기능종목인 공예기술, 음식을 포함하여 총 7종목의 무형문화재이다. 현재 전승자 수는 3,000명이 안되며 전수자를 포함해도 5,000명이 안될 것이다.
‘전승자’의 의미는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종목들을 보존하고 계승하는 일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을 통칭하는 이름이며, 우리나라의 무형문화재 체계는 보유자(保有者), 전수교육조교(傳授敎育助敎), 이수자(履修者), 전수자(傳受者)로 4단계의 지위체계로 이루어져 있다.
이렇게 작은 수의 노력으로 한국의 전통문화를 실제로 이어간다고 생각하면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들에게 지원되는 것이라곤 보유자에게 월 100만 원 정도의 전승지원비와 단계적으로 줄어드는 지원금이 전부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전승비가 있고 없고를 떠나 중환자실에서 마지막 고비를 남겨놓고 있는 위태한 환자보다 더 위급한 상황에서도 생명줄을 놓지 않고 전통을 계승하고 천직으로 알고 있는 많은 장인들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근대화과정에서 친환경적이고 자연과 한 모습으로 조화롭게 살아가며 터득했던 생태문화를 불편하고 초라하며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나 몰라라 하거나 심지어 훼손하는 일까지 서슴없이 해버렸다.
그 결과 전통적인 생활도구들은 겨우 박물관에 가야만 확인할 수 있고, 전통 예술은 현대 예술에 밀려 특수한 장소에서만 관람이 가능하다. 더 무서운 것은 최근 무분별한 인류의 신문명에 의해 파괴되었던 생태환경으로 부터 다가오는 재앙을 우리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전통문화가 새롭게 주목받아야 하는 이유는 생태 환경적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공예품이나 공연에서의 예술적 가치를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다. 높은 장인 정신과 예술적 가치를 떠나 우리의 전통문화는 자연을 닮고, 욕심을 내지 않고, 주변과 조화하는 즉 앞으로 인류가 지향해야할 친환경적이고 생태적이라는 사실을 주목해야한다.
문제는 이러한 전통문화가 날이 갈수록 단절되고 있으며, 배우려는 사람도 줄고 있다. 일부 특정분야는 돈이 넘쳐서 배우려는 사람도 늘고, 오히려 지나친 모습이 거슬리기도 하지만 공예분야는 대가 끊어질 위험이 많은 분야가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이런 지경까지 오개된 것은 누구 책임일까? 많은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정부의 책임이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냉정하게 반성해볼 대목이 있다. 우리들 스스로가 빠른 것, 편리한 것, 대량생산물 등에 길들여져서 생태적이고 친환경적인 삶을 스스로 포기하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즉 우리들 생활 속에서 묵을 갈고 붓으로 글자를 써보거나, 한지로 선물을 포장하거나 도배를 하거나 생활 속에서 활용해보는 것을 실천하지 못했다. 생활 속의 실천은 수요를 창출하고 수요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공급이 된다. 이렇다면 자연스러운 순환구조가 생성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환상일 뿐이라는 것을 필자는 잘 알고 있다. 만들 재료가 부족하거나 비싸고, 손으로 하는 작업이다 보니 가격이 비싸고, 전시장이나 판매장이 전무하다시피 하니 판로도 없다. 그야말로 악순환의 되풀이다.
정부는 이런 곳에 개입을 해야 한다. 남이 다하는 일에 생색을 내는 곳에 정부의 정책이 개입된다면 그야말로 전시행정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나 국가가 재료를 구입해서 전승자나 배우려는 사람에게 보급하고, 완성된 제품은 구입을 해주고 판매장을 통해 일반 시민이 쉽게 접할 수 있어야 한다.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지급하는 창작지원금이 현대예술을 하는 사람들에게만 지원되어서는 전통문화의 발전은 이루어질 수 가 없다. 또한 창작지원금이 공연분야에 한정되어서도 곤란하다. 판매장이나 전수회관의 문제도 그렇다. 강남 구석에 있는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의 전통문화전수관은 대표적인 전시행정의 표본이다. 도대체 시민의 접근이 어렵다. 접근이 어려운 곳에서 공연을 하고 공예 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인사동에 있는 전시장도 구석에 박혀있기는 마찬가지 이다. 외국에 나갈 때 여러 업무로 지인들에게 선물을 할 때 우리 전통예술품을 선물할 때 그들은 가장 기뻐한 경험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훌륭하다는 인천공항에는 우리 것 이라고는 지하3층 구석에 있는 몇 개의 상점뿐이고 그나마 면세점 안에는 보이지도 않는다.
이렇듯 전통문화의 계승은 어렵다기 보다는 생활 속에서 녹아 있어야한다. 박제되어 접근하기 어려운 전통문화는 더 이상 수명이 다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정부에게만 이 책임을 다 넘겨야 하는가이다. 전통문화를 실제 현장에서 계승하고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도 반성할 점은 분명히 있다.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멋이 있어 달라는 것이며 소탐대실하지 말아야한다. 즉 전승지원금 평생 보장, 후계자 선정에서의 직접 관여 요구 등은 권력이 되어서 남용을 하겠다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또한 인기분야인 대목장과 목조각장, 단청 등의 공예분야와 판소리, 민요, 무용 개인종목 외에 궁중음식과 민속주 등 음식관련 일부 분야는 전통문화로서의 가치를 상실한 일도 없고, 앞으로도 가치 상실이 예상되지도 않기 때문에 문화재에서 지정 해지가 되어도 무방하다고 본다. 또한 중요무형문화재라는 이력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일부 분야의 전승자는 지원금 확대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문화재 지정에 의한 막대한 혜택을 입은 만큼 이제는 여건이 좋지 않은 다른 무형문화유산 전승을 위해 나누어 주는 아름다움을 발휘할 때이다.
그리고 박제화된 원형유지와 시대감각에 어울리는 창작활동 및 창작물에 대한 고정관념도 벗어나야한다. 전통이란 과거의 것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문화에 다라 재창조되는 것이다. 물이 한 곳에 정체되어 있으면 썩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즉 원형유지와 전통문화의 활성화와 생활화를 위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가올 미래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바로 『사람 즉 국민』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한다. 개개의 사람(국민)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identity ! 이것이 바로 문화라는 것이다. 동시에 가장 소중하고 큰 문화공간은 「사람」이며, 아울러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진실을 알았으면 한다. 최근의 문화공간확보는 대형화, 즉 거창한 건물부터 신축하는데 치중하고 있다. 문화공간의 구성요건은 건물, 주제, 사람(전문 인력), 예산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거꾸로 건물에만 치중하거나 예산을 건물 치장하고 유지하는 데만 사용하고 있다면 처음부터 잘못된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다양한 지역(문화거점)의 정체성을 무시한 무리한 공간확보는 오히려 부작용만 양산할 것이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것은 「재활용」의 의미를 포함한다. 동사무소 ,마을회관, 양로원, 교회, 사찰, 방과 후 학교의 교실 개방, 문화예술인이 거주하는 작업실, 의지가 있는 작은 카페, 사찰의 성보 박물관 심지어 다방까지도 활용해 보자는 것이다. 행위자와 관객이 예술의 우수성과 우월함에 나태하거나 만용을 부리지 않고 거리감 없이 직접 향유할 수 있는 작지만 귀중한 문화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행정력은 문화공간이 전무한 작은 마을에 이러한 문화공간을 발굴해내고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