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사에 선화공주 연결짓지 마라"
김상현 교수 "창건주체는 왕비 사택씨"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불교사상사 전공인 동국대 김상현(金相鉉.62) 교수가 최근 발굴된 미륵사 서탑 사리봉안기에서 미륵사 창건은 백제 무왕(武王)의 정비인 사택(沙宅)씨의 발원으로 시작됐다는 명백한 내용이 보임에도 이를 부정하면서 여전히 신라 출신 선화공주와 연결하려는 시도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김 교수는 14일 한국사상사학회 주최 월례발표회에 내놓을 논문 '백제 무왕의 왕후와 미륵사 창건(삼국유사 무왕 조의 사료비판을 중심으로)'에서 미륵사 창건주체가 선화공주(삼국유사)와 백제왕후 사택씨(봉안기)로 각각 다르게 기록된 자료 중 "봉안기를 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 해답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12일 주최 측이 미리 배포한 이 논문에서 김 교수는 "봉안기와 삼국유사의 사료적 가치에 큰 차이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13세기에 와서야 문헌으로
정착된 삼국유사보다는 미륵사를 창건하던 당시에 백제인들이 남긴 봉안기에 신뢰성을 두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봉안기가 발견된 이후에도 여전히 선화공주가 왕비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적지 않은 것 같다"면서 삼국유사 무왕 조에 기록된 서동과 선화공주 이야기는 "설화로서의 의미는 적지 않겠지만 이를 역사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한 과부가 못에 사는 용(龍)과 관계해 서동을 낳았다든가, 신라 진평왕의 셋째 공주인 선화가 예쁘다는 소문을 들은 서동이 그를 유혹하러 신라 서울로 갔다는 기록, 아이들이 부른 노래에 의한 소문만 듣고 진평왕이 선화를 궁중에서 내친 일 따위를 어떻게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겠느냐고 반문했다.
나아가 김 교수는 중원(中院)ㆍ동원(東院)ㆍ서원(西院) 등 미륵사의 삼원(三院) 구조를 분리해, 그 중 일부는 선화공주가 발원해 세우고, 다른 곳은 봉안기에 보이는 백제 좌평 사택적덕(沙宅績德)의 딸이 창건을 주도했을 것이라는 학계 일각의 주장도 "미륵사 삼원은 창건 당시의 디자인"이라는 발굴조사단의 견해를 참고하면 타당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항간에 삼국유사의 가치를 과대평가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면서 "봉안기의 출현으로 인해 삼국유사의 사료적 가치가 크게 손상되거나 혹은 평가절하될 하등의 이유는 없다. 삼국유사가 소중한 만큼 그 장점과 한계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이 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내렸다.
김 교수의 이 같은 주장은 같은 학술대회 다른 발표문 또한 비판하는 셈이 됐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조경철 박사는 미륵사 창건주체를 백제왕후 사택씨와 선화공주로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는 견해를 담은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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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tae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