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 문화 연구원 (2006 ~ 2023)
제목 : 조선일보 수자기 보도내용
이름 : 심승구
등록일 : 2007-06-01 09:48:42

[Why?] 수자기(帥字旗)와 미국인 교수 

<<조선일보>> 5월 18일자 신형준 기자 hjshin@chosun.com

도움말=심승구교수(한국체육대학·군기 연구) 

입력 : 2007.05.11 23:05 

1871년 신미양요 때 미군이 강화도에서 전리품이라며 빼앗아간 조선군 깃발의 반환을 문화재청이 추진 중이다. 미국 메릴랜드주 애나폴리스 해군사관학교박물관이 소장 중인 ‘수자기’다.〈본지 5월 7일자 보도〉

‘수자기(帥字旗)’는 장군의 깃발로, 장군을 상징하는 ‘帥(수)’자가 적혀 있어 ‘수자기’로 불린다. 미군이 가져간 4.5×4.5m 크기의 ‘수자기’는 신미양요 당시 강화도를 지키다가 순국한 어재연(1823~1871) 장군의 깃발이었다. 그런데 ‘수자기’ 반환 운동을 이미 지난 12년 전부터 시작한 사람이 있다. 포항 한동대에 재직 중인 미국인 토마스 듀버나이(Thomas Duvernay·사진) 교수(글러벌리더십 학부)다. 

문화재청이 지난 4월 25일 수자기 반환을 위해 미국 해사박물관에 대표단을 파견하기 이전에, 이미 듀버나이 교수를 만나 ‘전략’을 논의했을 정도다. 웨인 앨러드(Wayne Allard) 미국 공화당 상원 의원(콜로라도)이 지난 달 18일, 북한에 억류 중인 미 해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 송환을 위해 ‘수자기’를 한국에 보내자고 제안했던 것도 듀버나이 교수의 노력이 있어 가능했다. 



▲1871년 신미양요 당시 미군이 조선군으로부터 빼앗은 수자기를 군함 위에 걸어 놓은 모습. 조선일보DB 
미국인이 도대체 왜 수자기에 관심을 갖고 반환 운동을 펼치게 됐을까?

“23년 전에 한국에 와 경주 문화고등학교에서 교사를 했죠. 아내도 한국에서 만난 한국인입니다. 한국에 살다 보니 한국사에 관심이 생겼고, 한국과 미국이 1871년 전투를 벌였고, 미군이 수자기를 뺏어 갔으며, 현재는 미국 해사박물관에 전시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지요. 한국이 가장 절친한 우방국가인데 미국인들이 그리 관심도 없는 수자기를 굳이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은 수자기를 뺏은 것이 전쟁에서 승리한 데 따른 ‘전리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그의 논리는 이렇다. 미국은 한국에 ‘선전포고’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군대가 국경 안으로 들어왔다. 미국이 한국땅을 불법 침입한 것이다. 때문에 수자기를 뺏은 것은 불법이며, 전리품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전쟁에서 전리품을 얻는 것이 국제적으로 합법화된 것은 1907년 헤이그협약 이후입니다. 신미양요는 이보다 36년 전이고요.”

1995년 이후 그는 미국 해사박물관장에게 편지를 보내 ‘수자기’를 한국에 반환할 것을 요청했다. 박물관측은 그러나 “수자기 반환은 미 의회와 대통령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며 거부했다. 그는 미의회 의원들에 이어, 클린턴과 부시 대통령에게 수자기 반환을 요청하는 편지를 잇따라 보냈다. 백악관측에서는 “수자기는 우리 것”이라는 답장을 보내왔다.

그는 1999년 미국 해사박물관을 찾았다. 수자기를 보고 싶어서였다.

“아들과 한참을 찾았는데 못 찾겠더라고요. 박물관장을 만나 수자기가 어디 있느냐고 물었지요. 그 거대한 깃발이 전시장 바닥에 놓여 있었습니다. 마치 전쟁포로처럼요. 슬펐습니다. 다행인 것은 보존 상태는 무척 좋다는 것입니다.”

듀버나이 교수는 “어쨌든 미국에서도 수자기 반환 운동이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최근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그를 인터뷰한 데 이어, 볼티모어 선 등 몇몇 미국 신문에서도 수자기와 관련된 내용을 보도했다. 

“반환이 쉽지만은 않겠지요. 미 의회와 대통령 승인을 거쳐야 하니까. 하지만 임대하는 형식이라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유물 임대는 의회나 대통령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해사박물관장의 권한이니까 말입니다.”